배우 이주실이 2025년 2월 2일 오전 위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81세. 이주실은 이날 오전 심정지 상태로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끝내 눈을 감았다. 고인의 빈소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되며, 조문은 3일부터 가능하고 발인은 5일로 예정되어 있다.
이주실은 1944년 3월 8일 경기도 부천시에서 태어났다. 1964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후 60년 넘게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그는 200여 편이 넘는 연극에 출연했으며,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특히 따뜻한 모성애를 떠올리게 하는 선한 이미지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유방암 투병과 극복의 여정
이주실은 1993년, 51세의 나이에 유방암 3기 판정을 받았다. 당시 시한부 1년 선고를 받았지만, 13년간의 투병 끝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녀는 MBN '특종세상'에 출연해 자신의 투병 경험을 공개했다.
30년 전, 50세에 유방암 3기 판정을 받았고 예후가 악화돼 말기까지 진행됐다. 당시 시한부 1년 선고를 받았지만 극복해 냈다.
이주실은 유방암을 발견하게 된 계기에 대해 딸들과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목욕 중 작은 딸이 "엄마 가슴에 구슬이 들어있다"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되어 병원을 찾았고, 결국 유방암 3기 말기 진단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투병 기간 동안 이주실은 자신의 건강보다 자녀들을 더 걱정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하나. 그냥 어머니더라. 무서운 병이라는 게 우리 애들을 어떻게 하나 이것이다. 아이들이 있어서 잘 극복했다"라고 그녀는 회상했다.
이주실은 투병 중에도 연기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다 놓아버리면 무기력해진다"며 일을 통해 병마와 싸웠다고 한다. 또한 그녀는 "삶의 가치가 아프지 않았을 때보다 달라졌다.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한다"라고 말하며 투병 경험을 통해 얻은 삶의 교훈을 전했다.
다양한 작품 활동과 수상 경력
이주실은 1964년 데뷔 이후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다재다능한 배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녀의 대표작으로는 드라마 '여심', '맥랑시대', '아들과 딸', '먼동', '황금사과', '뉴하트', '천만번 사랑해', '대물', '49일', '포세이돈', '보통의 연애', '폭풍의 여자', '오 나의 귀신님', '내일도 승리', '미세스 캅', '보이스1', '구해줘2', '도둑놈 도둑님', '너의 노래를 들려줘', '현재는 아름다워', '나쁜엄마', '경이로운 소문2', '너의 시간 속으로', '미녀와 순정남' 등이 있다.
특히 2024년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황준호(위하준 분)의 어머니 역할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은 그녀의 마지막 출연작이 되었다.
이주실의 연기력은 여러 상을 통해 인정받았다. 그녀는 1978년 대한민국연극제 연기상, 1988년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 1997년 동아연극상 연기상 등을 수상했다. 최근인 2023년에는 영화 '오마주'로 제10회 들꽃영화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여전히 현역 배우로서의 실력을 인정받았다.
배우 이상의 삶: 학업과 봉사 활동
이주실은 연기 활동 외에도 꾸준한 학업과 봉사 활동으로 주목받았다. 그녀는 수도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꽃동네대학교 복지심리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꽃동네대학교 대학원에서 임상사회사업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2010년에는 원광대학교에서 보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녀의 박사 학위 논문 주제는 '통합예술치료가 탈북청소년의 외상 후 자아정체성, 자아존중감, 자기통제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이는 그녀가 연기 활동뿐만 아니라 사회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삶의 가치가 아프지 않았을 때보다 달라졌다.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한다. 그때 떠났으면 못 만났다. 이런 게 기적이다.
이주실은 40여 년간 꾸준히 봉사 활동을 이어왔다. 그녀는 홀트재단에 익명으로 성금을 내는 것을 시작으로, 꽃동네, 소록도, 동두천 기지 주변 등을 찾아다니며 나병 환자나 기지촌 여성들을 위한 봉사 활동을 펼쳤다. 또한 치매진화영화상영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주실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연예계 안팎에서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동료 배우들과 팬들은 SNS를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녀의 따뜻한 모성애와 탄탄한 연기력을 기억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주실은 생전 인터뷰에서 "위기에 닥치면 누구나 강해진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녀의 삶은 이 말을 증명하듯 암 투병을 이겨내고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81년의 인생 동안 배우로서, 학자로서, 그리고 봉사자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이주실의 별세는 한국 연예계에 큰 손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주실은 두 딸을 둔 어머니였다. 그녀는 투병 중에도 자녀들을 위해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는 그녀의 연기에도 깊이 반영되어 따뜻한 모성애의 대명사로 불리게 되었다. 그녀가 남긴 작품들과 삶의 태도는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